BL어느 날 그의 기억이 사라졌다

엘르니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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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는 자살 등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열람에 주의해 주세요.> 8년 만에 대학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애가 회사 7층에서 투신해 자살을 기도했다고. 심지어 추락한 충격으로 머리를 크게 다쳐 고2 이후의 기억을 모두 상실한 채, 한때 과외 선생님이었던 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철없던 고딩이 무슨 연유로 자살까지 한 게 된 건지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에도 선뜻 그 애를 만나러 갈 수 없는 이유는, 녀석이 8년 전 나를 미친놈처럼 쫓아다녔던 사내놈이기 때문이었다. <인생팍팍수의 집착연하공 간병 일지> “내가 선생님 엄청 좋아했나 봐요. 솔직히 영화는 핑계고 병원에서 눈 떴을 때부터 무작정 선생님 얼굴 봐야겠다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지금도 선생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아픈 것도 잘 모르겠고…….” “……우지헌, 너 나 좋아해?” “그게 무친, 아니 무슨 미친 소리예요. 내가 오해하게 말했나? 선생님 저 막 남자 좋아하고 그러는 놈 아니거든요? 아까 내가 서긴 했는데 그건 그냥… 진짜 민감해서 그런 거고. 지금 선생님 좋다고 한 것도, 인간적으로. 인간적으로 좋다는 말이었어요. 선생님 잘생겼다고 한 것도 객관적인 판단이고.” “……아니라고?” “아 진짜, 큰일 날 사람이네. 내가 오해하게 만든 것 같기는 한데, 그런 거 아니에요. 저 진짜 게이 아니라고요.” “…….” “왜 대답이 없어요, 아니라니까.” “……응.” “아니에요, 진짜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요.” “……알았다고.” *** “그래요, 선생님. 어차피 죽을 거면 나한테 적선하고 죽어요. 한… 70년 정도만 선생님한테 기쁘게 적선 받을게요.” “…….” “이제 나도 좀 끼워 줘요, 선생님 인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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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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