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거울속의 정사

위노(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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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나에게 익숙한 환각제를 내밀었다. 이 환각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살았는지 그가 알기나 할까? 물론 처음에는 이것을 투여하고 난 다음, J를 품으면서 환상 속에 빠져 그를 생각했었다. 환각 속의 그는 늘 나를 희열의 절정에 끌어 올려놓곤 했다. 하지만 그 환상이 연기처럼 빠져 나가면 남는 것은 허망뿐이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왜 그는 내 환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봐, 그가 왔어. 그가 날 사랑해 줄 거야. 행복하지 않니?’ 거울 속의 그녀의 표정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남자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거울 속에서 그녀와 남자가 엉켜있다. 진한 욕망의 내음이 배어나오고, 거울 밖의 그녀 또한 조금씩 그 욕망의 포로가 되어갔다. ‘하아.’ 두 남녀의 욕정에 찬 신음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거울 밖의 그녀 주위를 감돌았다. 숨이 가빠온다. 이성까지 잠식했다. 순간, 거울 속의 남자가 고개를 돌려 거울 밖의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만 클로즈업 되어 왜곡되게 보일 뿐이다.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또 다시 공포가 덮쳐왔다. 도망가! 도망가! 제발……. 몸부림치며 진력을 다해 소리쳤다. 거울 속의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소리 없는 절규. 급기야 거울 밖의 그녀가 자신의 목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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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약 남편에게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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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계약연애, 오늘부터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