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짜 성녀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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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은발을 지닌 아벨라는 태어난 순간부터 모두에게 사랑받는 소녀였다. 그리고 그런 아벨라의 곁엔 언제나 한 몸처럼 붙어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아벨라의 일란성 쌍둥이 언니, 칠흑 같은 머리칼을 지닌 카이아. 분명 얼굴은 같았건만, 사람들은 카이아를 꺼리며 아벨라만을 사랑하곤 했다. 그런 아벨라를 질투하지만 사랑하는 마음 또한 잃지 않았던 카이아는 이내 성녀로 각성한 동생의 모습에 신을 저주하게 되고. ‘내가 아벨라가 된다면 저 사랑과 경외는 모두 나의 것이겠지.’ 악마에게 자신을 아벨라로 만들어 달라며 소원을 빈 카이아는 그를 저지하기 위해 찾아온 동생을 손에 쥔 단도로 찌르고 마는데―. ‘이제 행복하게 살아 보렴, 아벨라.’ 악마의 말에 카이아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자매를 죽인 죄로 부모에게 살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사제들에게 심판을 받지도 않을 테고. 자신은 아벨라니까. 그 누가 성녀를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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