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탕아 왕자

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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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를 포함한 계약입니다.” 설핏 끌어올리는 그의 눈꼬리가 무정하기만 했다. “전하의 취향에 맞추도록 노력할게요.” 지저분한 스캔들을 잠식시키기 위한 약혼이었다. 왕자가 귀부인과 정을 통한 데다가 더러운 병까지 걸렸다고 세상이 손가락질했다. 루이스가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정작 이 관계가 절실한 건 엔제 자신이었다. 목숨을 노리는 자에게 쫓기는 처지라 왕자의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했다. 애정 따위는 없었다. 남의 눈이 닿을 때 입을 맞췄고, 극성 기자가 성에서 진을 칠 때 한 침대를 썼다.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도 몸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루이스에게 배웠다. 잠시 머무는 거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어느새 스며든 상냥한 온기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내 아이를 낳아주기 전까지는 끝내지 못합니다.” 추가로 원하는 조건을 알려달라고 그가 독촉했다. 담담한 음성은 영혼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기계음 같았다. *** ‘자객이라면 이번엔 꽤 참신하군.’ 불시착한 열기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그녀는 바람에 날려 떨어진 아기 새 같았다. 잠입에 실패한 자객이겠거니 싶었다. 당장 쏴버리려던 찰나. “도와주세요, 제발.” 여자가 그의 모습을 보며 뺨을 붉혔다. 암살 타겟이 아니라 처음 보는 남자인 양 눈동자가 흔들렸다. 영혼까지 투영하는 듯 맑은 눈이었다. ‘설마 하니 트랩인가.’ 제게 접근하는 작전이라면 절반은 성공했다.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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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편없는 메르헨 [일반판]
2 아찔함과 야릇함 사이 [일반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