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희극의 끝을 찾아서

안시우

5

대체 이 지긋지긋한 희극의 끝은 어떤 결말일까. “폐하께서는 제가 언제까지 에라스 흉내를 내면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 예레이브는 그녀가 에라스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쳐버린 황제는 그 사실을 부정하길 택했다. 잃어버린 연인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유레스를 대용품으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예레이브는 고귀한 그녀를 끌어내려 새장 안에 가두고 유레스에게 여동생의 모습을 투영하며 사랑을 속삭였다. “좋아해, 좋아해 에란. 짐에게, 나에게 너보다 소중한 건 없어.” *** “전, 에라스가 아닙- 읍!” 문장을 완성하기도 전에 황제가 우악스럽게 손을 뻗어 유레스의 얼굴을 뭉개 버리기라도 할 듯 강하게 움켜쥐었다. “짐이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쥐면 죽어 버릴 하찮은 목숨인데, 대체 왜 짐의 말을 따르지 않아!” 그렇다면 죽이세요. 날 죽이라고!! 정작 이 하찮은 목숨을 끊어 놓지도 못하면서! 유레스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눈물이 잔뜩 고인 푸른 눈동자로 황제를 쏘아봤다. 증오가 가득 담긴 시선. 그 시선을 받은 예레이브는 유레스의 얼굴을 붙잡고 있던 손을 스르르 떨어트렸다. “……에라스, 에란, 에란. 그러지 마. 그렇게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지 말란 말이야!” 그녀는 방금 전까지 얼굴을 찡그리며 잔뜩 화를 냈던 적이 없다는 듯 슬픔에 가득 찬 얼굴로 유레스에게 호소했다. “내가 잘못했어.” 예레이브가 허리를 굽혀 조심스레 유레스의 몸을 끌어안으며 연신 사과했다. 미안해, 미안. 많이 아팠지? 아프게 해서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응? ‘거짓말.’ 지키지도 못할 다짐. 그저 오락가락해서 내뱉는 헛소리. 황제의 사과에도 유레스의 얼굴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제 와서 그녀의 사과에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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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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