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공장의 밤

빝은짗깔의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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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순간보다도 찬란할 밤의 시작 부유한 집안의 원조로 바이올린에만 전념하며 살았던 유린은 집안이 무너짐과 동시에 사고로 왼쪽 손목을 다치게 된다. 바이올린을 제대로 연주할 수 없게 된 유린은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친한 동생인 연희에게 발견되어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다. 연희는 방황을 하는 유린을 설득해 함께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공장으로 구직하게 되지만, 아르바이트라곤 해본 적도 없는 두 사람에게 공장의 생활은 낯설기만 하고, 늘 작은 소란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다 유린은 래핑 파트 조장인 은하를 만나게 되고, 공장에 속해 있지만 여타 공장 사람들과 다른 은하의 분위기에 유린은 점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공장을 둘러싼 음습한 뒷산처럼, 유린의 주변을 둘러싼 그림자와 환경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고, 유린은 은하에게 끌리는 제 마음과 연희에 대한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데……. * * * 정유린: 집안의 몰락과 사고로 인해 바이올린을 쥘 수 없게 되자 절망에 빠지고 삶의 의욕을 잃는다. 연희와 함께 취직한 공장에서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은하를 만나게 된다. 황연희: 친한 동생으로서 유린의 옆에 있었지만, 유린을 구하고 난 뒤부터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고 그녀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한다. 강은하: 공장의 래핑 파트 조장. 잘 웃고 모두에게 친절하지만, 어쩐지 오묘한 분위기가 난다. 유린이 위기를 모면하게끔 도와주다가 그녀를 래핑 파트로 데려온다. * * * “자꾸만 머릿속에 흰곰이 뛰어다녀요.” “…….”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다른 것에 집중을 해봐도, 머릿속에 온통 흰곰뿐이에요.” “…….” “이제 어쩌면 좋죠.” “…….” 갑자기 흰곰이라니. 한여름에 북극에 사는 흰곰만큼이나 생뚱맞은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미친 사람처럼 보이려나. 보통 말을 하면 대꾸 없이 듣기만 하는 것은 유린 쪽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입장이 바뀐 것 같았다. 은하는 유린을 미친 사람 취급하지도 않았고, 농담을 들었다는 듯 웃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유린의 말을 곱씹기만 했다. 유린으로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은하가 별 대꾸가 없어도 상관이 없었다. 유린은 벽에 기대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 더 이상 은하와 한 공간에 있기가 버거웠다. 그만 집에 돌아가 쉬고 싶었다. 은하는 그런 유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풀어놔요. “네?” “풀어놓으라구요. 생각이 나든 말든, 뛰어다니든 굴러다니든 놔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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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 하나, 아들 하나
2 황후무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