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붉은 작약 저택에 갇히다

노이솝

0

아이제나흐 공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작약이 만개하던 날. 성인이 된 가주, 카를이 6년 만에 귀환했다. 천사 같은 외모, 녹아내릴 듯 다정하고 맹목적인 태도. 그리고 피후견인이자 누이처럼 자란 제르미나를 좇는 농밀한 시선. 그러나 그녀가 꺼낸 약혼 이야기에 모든 것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약혼…… 말입니까?” 내려다보는 두 눈이 더 이상 웃고 있지 않다. “누구의?” 이것은 붉은 작약 저택에 두 번의 작약 철이 찾아오는 동안의 이야기다. *** 흐트러진 표정의 제르미나가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누님.” 어느새 카를이 얼굴 근처까지 성큼 다가왔다. 긴 손가락을 뻗어 잇자국이 난 아랫입술을 문지른다. “그러다 입술 상하십니다.” 얼얼하던 통증은 점막을 스치는 자리자리한 감각에 덮여 사라졌다. “물고 싶으시면, 제 것을 대신…….” 흠집 하나 없는 단단한 검지가 슬며시 벌어진 제르미나의 입술 사이를 비집었다. 그녀의 말랑한 혀를 끝에서부터 꾸욱 누르며 밀려 들어오는 손가락. 달고 자릿한 것이 입을 메운다. “흐으…….” 쿵쾅거리는 맥동에 맞춰 저릿하게 울리는 하복부에 제르미나가 신음했다. “누님께서 그런 얼굴을 하시면, 전…….” 자홍색 눈동자에 세찬 불길이 일었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