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육식주의

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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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준비해온 공무원 시험에서 죽을 쒔다. 위로하겠다고 찾아온 대학교 동창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수민은 이상한 공간에서 눈을 뜬다. 유리벽에 갇힌 실험실 동물 꼴로 동창과 마주보게 되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네놈들, 도대체 뭘 하려고…….” 시퍼렇게 질린 사람들. 낯선 외국인들의 등장에 갇힌 사람들 모두가 긴장하고 마는데. 과연 그들은 수민과 사람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 “봤냐고, 물었습니다.” 남자는 완벽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처진 붉은 속눈썹이 무척 길다고 생각을 하면서 수민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자신의 턱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그, 그게…….” 수민은 당혹스러웠다. “얼떨결에 본 거라서요……. 보려고 의도한 게 아니라…….” “보긴 본 겁니까?” 남자의 목소리는 아주 정중했다. 상냥한 말투였지만 실상은 건조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쏘아보고 있는 터라 수민은 울상을 짓고 말았다. 지금 그가 자신의 성기를 봤다고 추궁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겐 고의가 없었다. 원인을 따지자면 갑자기 벽 속에서 튀어나온 그가 문제라고 억울해하면서 수민은 떨떠름하게 외쳤다. “봤어요! 고,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래요, 정통으로 봤다고요!” “정말입니까? 어땠습니까?”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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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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