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호우증후군

소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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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변심, 뜻밖에 발견한 병, 변호사로서 자부심과 양심 사이의 갈등,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와의 사별.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은 정해윤은 자신의 고향집인 구석산 아래 월영고택으로 내려오게 된다. ‘곡우에 봄비가 오면, 대문의 빗장을 열어두고 귀인을 맞으라’라는 조부의 유언을 딱 한 번 잊은 날, 대문 앞에서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쓰러진 한 남자를 줍는다. 자신을 구석산 산신이자 산군 호랑이라고 소개한 신현이라는 남자는, 해윤의 조부인 송담 선생께 배움을 구하러 왔다고 말하며 월영고택에 머물기를 청한다. 해윤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돌려보내려 하지만, 현의 진지한 태도와 조부께서 말씀하신 귀인이 신현일 것이라 짐작하고 그를 집에 들인다. *** “어제 일은 내 실수라는 거, 인정할게요. 빗장을 열어 뒀어야 했는데 깜빡했어요. 하지만 오해는 풀어야겠어요. 절대 현이 씨에게 큰일 날 짓은 하지 않았…….” 현이 대번에 말허리를 잘랐다. “젖은 옷 갈아입히면서 제 알몸 다 봤을 거잖아요. 반려도 아닌 사람한테 알몸이나 보이고, 나 이제 어떡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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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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