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애원하고 밀어내도

김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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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이새. 여느 날처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그녀의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은이새.” 시선이 마주했다. 빨려 들어갈 듯 청아한 푸른 눈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녀가 입을 벙끗거렸다. 왜 이렇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건지 모르겠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오늘 처음 마주한 사람일 텐데 왜 이렇게 속이 울렁거리는 걸까. 그에게 잡힌 손이 화끈거렸다. “겨우 찾았군.” 이새를 끌어당긴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아주 자연스럽고 농염한 손짓이었다. 그가 이새의 한쪽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었다. 일순간, 우두두 소름이 돋는다. 살갗에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온기도, 저를 스쳐 가는 손끝의 감각도. 모두 제 기억에 잔존하는 것들이었다. “얼마나 찾았는지 알기나 해?” 부드러운 목소리였으나 분명 날이 바짝 서 있었다.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애원하고 밀어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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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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