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눈그림자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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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보는 야만족과의 전투에서 승전하고 돌아온 단휘국의 황제 단설영. 승전을 축하하는 연회를 마치고 홀로 돌아온 그의 몸에 기이한 문양이 떠오르며 갑작스런 열기에 휩싸인다. 황제의 그림자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를 호위하는 호위대장 여운은 거부할 수 없는 열기에 침식되어 황제와 함께 밤을 보내고 만다. 단 한번의 이상현상이라고 생각해 여운과 보낸 밤을 묻어두려는 단설영의 의도와 다르게 그를 열락에 빠뜨렸던 문양은 자꾸만 나타나 끊임없이 여운과 얽히게 만드는데... *** “하아. 여운아.” 가쁜 숨을 고르던 단설영이 숨이 진정될 때쯤 그를 불렀다. 단설영의 두 팔이 여전히 그의 목에 감겨있어 여운은 멀어지지도 못하고 지근거리에서 단설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발긋하게 부은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오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예, 폐하.” “네 향이 더욱 짙어졌어. 짐을 산채로 물어뜯는 것 같구나.” “폐하.” 여운의 눈이 흔들렸다. “여운아. 짐에게 욕망하였느냐.” “폐, 폐하! 신이 어찌 감히⋯.” 여운이 당황해 부정하려 했으나 단설영은 들어주지 않았다. 단설영이 눈을 내려감고 숨을 길게 뱉었다. 이성을 녹이는 달콤한 향이 어느 때보다 짙게 스며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여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여운아. 짐은 너에게 욕망한 것 같다.” 긴 숨의 끝에 단설영이 느릿하게 말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다 천천히 올라갔다. 단설영의 눈동자가 여운을 똑바로 보았다. 잿빛이 혼탁하게 흐려 있었다. “너를 받고 싶어서 몸이 타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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