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젠틀 플레임(Gentle Fl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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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을 저질러 놓고 도망친 언니 대신 분노로 이글거리는 푸른 눈빛과 맞닥뜨렸을 때, 평범한 일상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산산조각 났다. 지금 당장 사고의 책임을 질 사람은, 일단 이려온 본인이었다. “나보고 인질이 돼라는 건가요?” 몸도 성치 않은 동생에게 접근해 사기친 여자를 노릴 미끼. 이려온은 그저 완벽한 미끼일 뿐이었다. 절박한 눈빛도, 구구절절한 사정도 알 바 아니었다. 우울 속에 갇힌 동생을 끄집어내는 것만이 차기인의 목적이었다. “그 여자가 날 찾아올 때까지 넌 나와 함께 있어야 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원수로 얽혀 버린 사이. 시작부터 어그러진 둘의 관계는 과연 어떤 엔딩을 맞이할까? * * * “이다온, 어딨어?” 충혈된 눈빛이 무섭도록 험악했다. “일단 이거 놓고 얘기해요.” 손목을 비트는 려온의 몸부림이 절박하게 번졌다. 그녀의 얼굴에 스친 고통을 확인한 순간 기인은 마지못해 손을 풀었고, 억눌린 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뒤로 물러선 려온은 붉게 자국이 남은 손목을 움켜쥐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폭풍 전야처럼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부끄러움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차라리 땅속으로 숨어 버리고 싶을 만큼 깊었다. 언니가 저지른 죄는 사과 한마디로 끝날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짓밟고, 쉽게 아물지 않을 상처를 남기고 존엄을 무참히 짓이겨 버린 일이다. 자기 살자고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정말 미안해요. 언니가 그렇게까지 한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언니가 어디 있는지 정말 몰라요.” “그렇다면 그쪽이 언니 대신 가 줘야겠어.” “네?” 려온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 더 자세한 답을 얻으려 했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차갑게 빛나는 파란 눈이 앞으로 닥칠 일이 순탄치 않으리란 사실만을 말해 줄 뿐이었다. “알아듣게 말해요.” “말한 그대로야.” 그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이다온이 제 발로 찾아올 때까지 넌 내가 데리고 있어야겠어. 그 여자를 잡으려면 나도 미끼가 필요하잖아? 제아무리 나쁜 여자라도 친동생을 나 몰라라 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사기 친 돈도 갚을 겸 그때까지 우리 과수원에 가서 대신 일해. 몸으로라도 때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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