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유기견 보호구역

박소연

15

그녀의 인생을 쥐고 휘두르던 부모가 한날한시에 죽었다. 그와 동시에 숨 가쁘게 달려가기만 하던 승현의 인생도 멈춰버렸다. “어차피 그렇게 백수로 쉴 거면 개라도 하나 키워라.” 인생에 도움이 된 적이 없던 쌍둥이 동생이 다짜고짜 개를 한 마리 던져줬다. 친족폭행죄 및 각종 전과가 화려한, 스물 한 살의 개새끼. 사람 말이 하기 싫어서 인간화를 거부하는 개, 수인. 한승현은 블랙기업을 퇴사한 대가로 감방에서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개의 보호자가 되어버렸다.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전과자랑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걱정해 주는 사람 중에 진짜로 그런 진상 짓 하는 사람은 없던데요.” “나한테 다칠 뻔한 건 벌써 잊어버렸나 봐요?” “결국 안 다쳤잖아요.” “내가 그 말을 핑계 삼아서 안 나가려고 버티면 어쩌려고요.” 스스로가 두려워 자신을 가둬버린 남자와 스스로가 경멸스러워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여자. 가족을 갈망하는 유기견과 그것만큼은 줄 수 없는 임시보호자. “누나, 나는 누나가 원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해요. 이렇게 나가도, 누나가 성의 하나 없는 문자 하나만 찍 보내면 바로 달려올 거고요. 다른 누가 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윤도하―.” “그러니까 쓸데없이 복잡하게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그냥 편하게 부려먹어요.” “…….” “누구 하나 정도는 그런 호구 새끼 있어도 괜찮잖아요.” 그렇게 그들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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