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천박한 구혼

은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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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축복하는 왕의 결혼식 날, 선왕의 사생아가 반란을 일으켰다. 남편이 될 왕은 이네스를 성에 버려둔 채 도망쳤고, 그 대단했던 가문도 몰락했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그녀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무렵. “여기 계셨습니까. 어디 도망이라도 치실 줄 알았는데.” 깊은 동굴 속을 닮은 저음이 방 안에 울려 펴졌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언젠가 그녀에게 다정한 말을 속살거리기도 했던. “아, 다리가 그 모양이라 어려웠던 건가.” 카를로스 아이반. 왕의 아들이었지만, 비천한 어미를 둔 탓에 모두에게 무시당하고 업신여겨지던 사내. 하지만 그는 이제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왕의 자리에 올라섰다. “빨리 끝내 주세요. 한때나마 나눴던 옛정을 생각해서…….”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난 빨리 끝낼 생각이 없는데.” 카를로스가 눈물 젖은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당신은 내 아내가 될 겁니다.” 그의 손에 묻었던 피가 이네스의 살을 적셨다. “형이 가졌던 것은 모두 내 것이 되었는데. 당연히 형수도 내 것이 되어야지.” 천박한 구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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