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오얏: 밤을 피우는 꽃

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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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스물셋의 어느 날로 돌아온 희언. 당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산촌 모산의 고향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오얏나무가 심긴 옆집, 그곳에 사는 의문의 남자 무명과 가까워진다. “너도 아무 생각 말고…, 그저 날 핥고 맛봐.” 끝이 보이는 관계. 그와 함께할수록 반복되는 기묘한 일들. 회녹빛 여름이 깊어질수록 시든 오얏나무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간다. “내 옆에 남겠다고 했던 말, 기억나?” 울며 도리질 치자 그가 싸늘해진 표정으로 희언의 얼굴을 붙들었다. 어느새 희언은 꿈과 현실마저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해. 다른 건 잊어도 그것만은 잊지 마.” 희언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모든 게, 결코 꿈일 리 없다는 걸. *** “내가 이렇게 입 맞추고 어루만질 때마다….” 이무영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투명해진 내 눈을 들여다보며 그가 말문을 열었다. “너는 붉고 탐스럽게 익어. 꼭 오얏같이.” 그의 눈에선 분명한 정염이 읽혔다. 그게 몹시 두려운데, 몸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그에게 더 바짝 안기고 싶은 내밀한 욕망이 꿈틀거렸다. “이젠 네가 내쉬는 숨마저 붉어 보일 지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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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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