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물병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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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음기를 먹고 사는 몽마의 피가 섞인 악마, 위고. “하, 재밌네.” 쏟아지는 기억을 읽던 그는 바람 빠진 실소를 뱉으며 여자를 내려다봤다. 맛이 좋은 음기를 가진 인간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째는 동정이거나, 혹은 악마 못지않은 지저분한 욕망을 지녔거나. 그리고 이 계집은 저 둘에 해당하는 듯했다. 무심히 손을 거둔 위고는 가볍게 한 번 웃고는 자리를 물렸다. 그러곤 새로이 변모했다.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갈색의 머리카락과 금안이 다정하기만 한…… 잠든 여인을 닮은 듯한 사내의 모습으로. * * * 분명 그리운 알렉을 닮은 것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축축한 기분은 뭐지? ‘흣……!’ 다물린 아래에서 처음 겪는 생경한 감각이 파고들었다. “으응……!” 간드러진 교성이 애간장 태우듯 터지며, 잠이 들었던 이본의 녹안이 번쩍 뜨였다. 질컥질컥. 그러든 말든, 허락 없이 제 안을 오가는 무언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벽을 쑤셨다. “하으……!” “깼나?” 듣기 좋은 나직한 저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러기 무섭게 이본의 눈동자에서 당황인지 희열인지 모를 빛이 스쳤다. 어둠 속에서도 유유히 빛나는 안광을 발견한 순간, 심장이 발끝으로 추락한 기분이었다. 제 위로 드리워진 인영의 정체를 확인한 그녀는 불현듯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렉……?” 몸을 틀어 담은 시선의 끝에는 언제나 다정하게 웃어주었던 오라버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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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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