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타인의 여자

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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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신. 세상일은 전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남자. 그래서 사는 것이 무척이나 무료하던 남자. 어느 날, 그의 앞에 소녀의 얼굴을 한 여자가 나타났다. 윤희수. 세상일은 결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믿는 여자. 그래서 사는 것이 무척이나 치열하던 여자. 어느 날, 그녀 앞에 사내의 얼굴을 한 그가 나타났다. “난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이 썩어 버릴 몸뚱이 밖에는요.” “하지만 썩어 버릴 그 몸뚱이가 당신에게는 최고의 무기라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테지? 나 또한 그 몸뚱이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 하는 말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의미도 모르고 지껄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아요.” “조금 전 그 입술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지금 다른 남자에게 자신을 던지겠다는 건가?” “그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물론 지금의 이 일을 죽도록 후회하겠지만 말이에요.”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고 소리치는 여자를 향해 그의 정복욕이 뜨겁게 질주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타인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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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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