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너에게만 착하게

용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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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홍주는 뭐 하나 반짝거리는 게 없는 여자였다. 봄같이 설레지도, 햇살처럼 웃지도 않았다. 호기심은 생기지만 사랑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 분명 그랬는데, 자꾸만 그 여자 주변을 맴돌게 된다. “나 같은 애는 조금만 잘해주면 스스로 다리 벌려줄 거 같죠?” 퍼석하게 마른 여자는 모른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녀로 인해 파생되는 재미라는 것을. 길바닥에 버려진 인형을 주워 예쁘게 만드는 재미에 비하면 섹스는 아주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와 뭘 하고 싶은 거예요? 섹스예요, 아니면 사랑이에요?” “당연히 사랑이지. 내 애인 해요. 응? 고홍주, 사랑해.” 그러니 사랑, 그 쉽고 편한 말 따윈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넌 나를 보고 예쁘게 웃기만 해. “거칠게 굴 거 같으니까 내 말 들어요.” 그렇게 쉽고 편하게 가지고 놀다가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버리는 것보다 먼저 너에게 버려지게 될 줄 모르고.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마음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그래, 고홍주. 내가 오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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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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