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양호유환

포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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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요괴였던 붉은 호랑이가 연꽃에서 소생하였다. 건원산의 주인, 야화는 호랑이를 함부로 거두면 필시 화를 입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운명에 이끌려 어린 짐승을 제자로 들이고 마는데. 제자의 이름은 염여. 입 찢어진 여자를 찾아 죽여야만 하는 복수의 살겁(殺劫)에 갇힌 염여는 스승 야화에게 반하여 당최 건원산을 떠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배 속에 품고 있었고……. * * * “왜 이렇게 자라지를 않니.” 붉은 털의 호랑이로 변한 염여의 가죽은 몹시 폭신하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레 염여의 품에 기댄 야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오래도록 귀여움받고 싶어서 억지로 자라지 않는 거지. 다 안다.” 염여의 배가 진동하였다. 육중한 심장이 펄떡대고 우람한 갈비뼈들이 달그락댄다. 그 울림마저 퍽 안락하였다. 그르릉, 호랑이가 이내 코웃음 치며 수긍하였다. 야화도 웃었다. 하기는. 그녀의 제자는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내였다. “넌 정말 내 생각뿐이구나.”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다가 서로 시선이 마주쳤다. 두툼한 앞발에 턱을 괸 염여의 날카로운 동공이 단숨에 야화의 몸을 핥아 내려갔다. 언뜻 보이는 오도독한 젖꼭지를 까슬한 혓바닥으로 휘감아 쓰라릴 때까지 쪽, 쪽, 빨아대고 싶다는 욕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혓바닥이 배꼽으로, 삼각지의 둔덕으로, 그리고 더욱 밑의 냄새 짙은 틈을 벌리고 몸 안쪽으로 쑥 헤집고 들어오는 듯한 기분에 야화는 돌연 어깨가 떨리고 숨이 막혔다. 그러나 야릇한 기 싸움에서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시치미를 떼고 고개 돌린 선인이 영 딴소리를 했다. “우리 제자께서는 이렇게 잘나신 데다가 배려심까지 넘쳐 다정하시니, 어느 누가 낚아채어 데려갈꼬. 그날 오면 섭섭하여 어떡할까.” “그럼 보내지 말든가요.” 그러나 밀어낸다고 밀릴 제자가 아니었다. “스승이 가지면 되잖아요, 나.” 밑이 허하고 외로워서 밤마다 장난감을 가지고 쑤셔대는 야화를 이미 알고 있다. 염여가 촉촉한 콧잔등으로 스승의 귓불을 간지럽혔다. 노골적인 유혹이 이어졌다. “마구 찔러주는 굵은 좆도 겸사겸사 얻으시고.” 밤새도록. 염여의 앞발이 턱, 야화의 배에 얹혔다. 강철 같은 발톱이 튀어나와 당장이라도 스승의 말랑한 뱃살을 푹 찔러서 파고들 것만 같았다. 염여는 오래전에 떠나 소식도 없는 남자를 잊지 못하는 스승이 어리석어 화가 치밀었다. 그 미련의 증거인 자궁 속 씨앗을 긁어 떼 내고 싶었다. 그 자리에 자신의 정(情)을 새롭게 안착시킬 것이다. 스승은, 불초 제자인 자신의 아이를 새로이 임신하고 낳아야 했다. 잔뜩 벌리고, 쑤시고, 흘리고, 쏟아대며 씹질을 해대서……. “건드리지 마라.” 그 순간, 야화가 단호히 염여의 발을 밀어냈다. “귀여운 내 제자야, 아무리 너라도 넘어선 안 될 선이 있어.” 화난 어조는 아니었다. 그러나 스승은 명백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감히 내 새끼를 넘보지 마라. “씨발, 진짜…….” 결국, 참다못해 억눌린 욕설이 튀어나왔다. 염여가 야화의 얼굴만 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분노한 면상을 했다. 검은 털로 촘촘한 왕(王)의 표식이 콧잔등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선인끼리 애욕에 빠져 아이까지 갖기가 쉬운 일이던가. 필시 밑이 빠지도록 남편이란 새끼랑 붙어먹었을 것이다. 그런 놈이 스승을 후처로 들일 때는 언제고 금세 변심하여 본처에게 돌아갔다고. 그런 빌어먹을 자식을 먼저 토사구팽하여도 모자랄 판에 그의 스승은 악처 짓을 저질렀다가 끝내 소박이나 맞았다. 그런 주제에 미련도 못 버려, 하다못해 절개를 지켜 음전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오는 사내 막지 않고 살살 굴리면서 가지고 놀다가, 설레발쳐서 덤벼들면 가차 없이 밀어내고는 시치미 떼고서 살살 눈을 흘기고 웃는 여인. 이처럼 도도하시고 고매하신 스승을 표현할 다른 말이 없다. 염여는 이를 갈면서 짜증을 냈다. “나쁜 여자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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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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