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여름의 끝

이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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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라이터 이서인. 마뜩지 않지만 입양된 가정의 부모님께 보탬이 되고자 두 살 연하인 현진그룹의 둘째 도련님, 서지호와의 맞선자리에 나가게 되는데, 아뿔싸. 대지각을 해버렸다. “저기,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다음번에 식사라도…….” [좋은 자리라고 생각해서 준비 많이 하셨겠지만, 이쪽이 하자가 좀 있습니다. 다음에 선 자리에 나올 때에는 뒷조사를 먼저 해보시죠.] 미안한 마음에 뒤늦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반박하기도 전에 통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진다. 서인은 갑작스레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모욕감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로부터 2년 뒤, 여름. 취재를 위해 찾은 레이싱 팀 ‘레이서스’의 레이서인 그와 재회하게 된다. ‘맙소사!’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이대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인데, 다행이라면 그의 표정 어디에도 그녀를 알아보는 기색이 없다는 것. 이게 때린 놈은 기억을 못 해도 맞은 놈은 한을 품는다는 바로 그런 걸까? 자신과 달리 전혀 선자리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지호에게 서인은 소심한 복수를 하게 되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느긋한 목소리, 큰 키, 나른한 분위기. 거기에 뺨에 부드럽게 파인 볼우물까지. 자꾸만 이 남자한테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탕! 어딘가에서 출발 신호가 들린 것처럼, 그녀의 심장이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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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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