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견묘지간

한여리

7

* 배경/분야: 현대물, 리맨물 * 작품 키워드: 사내연애, 라이벌, 배틀호모, 헌신공, 능글공, 사랑꾼공, 강수, 얼빠수, 사랑꾼수, 일상물, 잔잔물 * 공감 글귀: 하여간 이 얼빠 기질이 문제다. 잘생기고 예쁜 것이라면 뭐든 옳다고 생각하는 얼빠 기질. * 본문 중에서 :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날이었다. 규원은 고개를 푹 숙였다. 쪼그려 앉은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은 그의 목소리가 흔들린 것 같았다. “너 왜 그래……?” “이경률!” “그래.” “넌 왜 그렇게 재수가 없냐…….” “뭐?” “재수 없다고!” 방긋방긋 웃으며 저를 바라봤던 것이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규원이 갑자기 제게 던진 폭탄에 경률은 정신이 다 혼미할 지경이었다. “우선 일어나.” 억지로 붙들고 일으켜 세운 규원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웃거나, 화를 내거나, 무표정하게 무시하거나 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오밀조밀한 얼굴에 번져 있는 것들은 늘 보아 왔지만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멍해지고 말았다. “왜 그러는데.” “왜냐고? 하!” 단단히 잡고 있는 팔을 뿌리쳐 보려고 애를 쓰지만 술에 취한 규원으로서는 역부족인지 화를 내며 주먹을 들어 경률의 어깨를 내리쳤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저도 술을 마신 데다가 갑자기 얻어맞기까지 하자 늘 느긋하던 경률도 화가 났다. “대체 왜 그러냐고, 미친 새끼야. 여기서 얼어 뒈지려고 그러고 있질 않나, 갑자기 욕을 하질 않나. 술 취하는 것도 곱게 취해야지. 너 내일 내 얼굴 어떻게 보려고 이 지랄이야.” “헐. 욕했어.” “그래, 욕했다. 정신 안 차려?” “네가 뭔데 나한테 욕하고 지랄이야!” “욕먹을 짓을 안 하면 될 거 아냐! 하, 씨발. 술 취한 애를 상대로 내가 이게 뭔 짓거리냐. 그래, 어디 들어나 보자. 왜 이 지랄하고 있는 건데.” 다시 한번 또르르, 눈물이 하얀 피부 위로 흘러내렸다. “내가, 이번에, 진급하고 나서.” 얘가 도대체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나 싶어 더 어두운 곳으로 규원을 밀어 넣던 경률의 귓가에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긴 줄, 알고, 얼마나 좋았는데. 드디어 이겼나 싶어서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게 문제냐.” 비틀거리는 규원을 붙들고 난감해하던 경률은 그를 제 품 안에 감싸 안고 지탱해 주었다. “난 왜 널 이길 수가 없냐.” “이기고 지는 게 어딨어.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뺑이 치는 거지.” “헐.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뉴욕대 나왔다며.” “군대도 다녀왔다.” “하긴 그랬으니까 가산점 받았겠지. 씨발. 군대도 못 다녀온 놈이라고 뻐길 수도 없어졌네.” 코 먹은 소리를 내며 웃는 규원의 어깨가 품 안에서 들썩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야.” “왜.” “넌 왜 그렇게 잘났어? 씨발.” “뭐라는 거냐.” “심지어 왜 잘생기기까지 한 거야……?” “내가 그래?” “그래, 씨발! 다 가지고 태어난 놈아! 인생 참 좆같다.” “내 눈엔 너도 그래.” “뭐……?” 규원은 안겨 있던 경률의 몸을 밀어내며 그와 눈을 맞추었다. 눈물 자욱이 그대로 보이는 하얀 피부, 눈물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그대로 눈에 담겼다.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이런 병신 짓을 할 때 빼고.” “아, 짜증 나!” 버럭 짜증을 낸 규원이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차장 구석을 벗어났다. 경률은 내내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에 안겼던 규원의 체온이 생각났다. 저와 같은 향수를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체취와 섞여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향기도 생각났다. 처음 보는 눈물과 그 눈물로 젖은 하얀 볼이 생각났다. “씨발,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예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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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2
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