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애인대행

조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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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잃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쩌면 너무 앞서 나가며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발사되지도 않은 총알을 너무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새로운 사장이 그다지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의 마지막 근무평가 보고서를 받아 보고 감동을 받아 연봉을 올려 줄지 누가 알겠는가. 제발 그랬으면... 회의실 문은 어둡고 으스스한 형태로 눈앞을 아른거렸다. 미래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갑자기 용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할까? ‘날 해고하면 안 되는 이유를 스무 가지만 댈게요. 첫째, 당신들을 고소할 거요. 두 번째, 난 최고란 말이오. 고객의 7, 80%가 떠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그 빌어먹을 퇴직금은 당신 후장에나 쑤셔 넣으시지.’ 하지만 아무도 용원을 해고할 순 없다. 그는 빌어먹을 사장이니까. 인생은 불공평한 것 같다. 어쨌거나 미래는 용원과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같이 어울리기로’ 동의했다. 그 말은 ‘아무 의무감도 없이 섹스를 하고 싶을 때마다 하자. 나도 다른 남자랑 섹스할 수 있고 너도 그럴 수 있어. 우린 심지어 넷이서도 할 수 있겠지. 최고 아냐?’ 그런 거였다. - 2권 1장 본문 발췌 용원은 큰아버지에게 직통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벨이 끊어지기도 전에 큰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다. 분명 발신자 이름을 보고 그런 것 같다. “용원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마치 채찍질 같았다. 김재용 회장은 한 때 폐암에 걸렸지만 완치되고 나서 완전히 회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히틀러가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이번엔 또 무슨 빌어먹을 짓을 저지른 거냐?” 용원은 거센 공격에 즉시 방어적으로 대응했다. “브루투스 큰아버지, 큰아버지마저 이러실 거에요?” “나는 너의 난잡한 삶에 대해 분명 경고를 했었다. 넌 듣지 않았지. 이제 나조차 꺼내줄 수 없는 구덩이를 파서 들어가고 말았어.” “그러니까 제가 유죄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네가 마시는 그 모든 술과 약물 때문에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넌 네 아버지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어.” 용원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입을 열어 뭔가를 변명하고 싶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내뱉을 것 같아 참았다. “생각을 좀 해 보세요.” 용원은 겨우 화를 참으며 말했다. “전 큰아버지가 기특하게 여기는 조카가 아닐지 몰라도 누굴 강간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만약 네가 그랬다면 내가 먼저 널 가만 두지 않았겠지.” “큰아버지는 그러실 필요도 없어요.” “네 학비를 대주고 사업에 출자를 했는데도?” “뱅가드를 키운 건 저에요. 그걸 부정할 순 없을 거에요.” “물론 부정하지 않는다. 네 대담한 자질과 예리한 사업가적 감각과 혁신적인 운영방식은 부정할 수 없지.” -2권 11장 본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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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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