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풀 미 낫 (Fool Me Not)

루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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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삶을 끝내고자 길을 헤매던 도윤은 그곳에서 아름다운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빛이 부재한 도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강준휘를. 그렇게 제 삶에 동력이 되어 준 준휘를 마음에 품고 하루하루 살아가던 도윤은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준휘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한편 좋아하는 상대의 연애로 분노하던 준휘는 몇 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도윤의 고백을 받아들이는데…. “안녕. 내 이름은 서시율. 넌 정도윤이지?” 준휘의 친구이자 그의 짝사랑 상대를 소개받는 순간, 도윤은 서시율 역시 준휘를 짝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강준휘와 서시율, 둘만의 세상에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도윤. 삼각형을 이루는 이 관계에서 그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지만, 도윤은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 줄 생각이 없다. 그렇게 각자의 진실을 마음속에 숨긴 채 아슬아슬한 사랑과 우정을 이어 가는데…. * * * 그에게 들키고 나자,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향한 더러운 욕망을 나는 주체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다 꺼내 보였다. 나의 말에, 그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너도, 하고 싶잖아.” “뭐?” 그의 얼굴을 차지한 감정은 당황스러움이었다. 마치 음침한 속내를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덕분에 나는 용기가 생겨났다. “너도 하고 싶잖아. 섹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하, 이거 미친 새끼네.” “그 미친 새끼가, 네 애인이야.” 그의 말을 맞받아치자, 신랄하게 나를 비판하던 그의 인상이 구겨졌다. 썩은 음식을 삼킨 사람처럼 불쾌해했다. * * * 나는 그만 넋을 놓았다. 시야를 방해하는 물줄기에도, 나는 홀린 듯 정면을 바라보았다. “강준휘…….” 그가 있었다. 조금도 미동하지 않은 그가, 같은 자리에,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내 쪽을 향해 있었다. 얼떨떨했다. 생면부지의 사람처럼, 처음 마주하는 그의 표정이 묘하게 다가왔다. 다감한 눈빛과 입가에 예쁘게 번진 엷은 미소는, 마치 눈앞의 누군가에게 반한 듯한 얼굴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할 만큼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청초했다. 눈을 뜨기가 버거울 만큼 눈이 부셨다. 조금 전 햇살보다도, 그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럼에도 나는 피할 수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바스러져 잿더미가 된다고 해도 그의 모습에서 쉬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를 따라 뜨거운 시선을 맞추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마치 온 우주의 시간이 멈춘 듯이, 준휘와 나는 한동안 서로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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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브 징크스 [일반판]
2 첫 키스는 계획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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