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체리콕

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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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연기를 하면서 산다.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서정은 어린 시절부터 마치 숙명처럼 배우가 되고 싶었고, 부모님을 등지면서까지 그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꿈을 그리던 시절과는 달리 무명배우가 된 삶은 너무도 초라하기만 한데……. “괜찮아요?” 삶이 조금씩 침체되어 가던 한밤중. 서정은 버스 정거장에서 술에 취한 제게 어깨를 빌려주고 있던 ‘이우인’이라는 남자와 만나게 되고, 불운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 그의 고가 시계를 그만 한강에 빠트리게 된다. “무이자 할부. 이 정도까진 타협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주에 한 번씩 이우인과 채무 관계로 만나게 되는데……. * [본문 중] “……넌 대체 뭐 하는 백수냐, 도대체. 로또 맞았어?” “대충 비슷해.” 무슨 백수가 기사까지 끌고 다니는 건지. 금수저라는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돈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부럽다, 돈 많아서.” 내가 반은 진심으로 그리 말하니, 그가 흘깃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나한테 장가오든지. 네가 좋아하는 공동 재산으로 넣어 줄 테니까.” 또다. 나는 덜컹 떨리는 눈꺼풀을 느끼며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또, 선을 넘었다. 나는 불편한 침범에 움츠러들면서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 “나 먹여 살리려고?” “왜 못해.” 그래, 어차피 다 장난인데. 진지하게 듣는 내가 이상한 것이었다. 나는 작게 웃으며 우인의 신발 뒤축을 가볍게 찼다. “나한테 반하지 마라. 못 받아 주니까.” 내가 은근한 불안감을 담아 농담처럼 그렇게 말하자, 그가 황당하다는 듯 실소했다. “자신감이 너무 과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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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미야 가의 오늘의 밥상
2 러브 징크스 [일반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