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in office

서혜은(아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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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림은 그런 이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환한 실내조명을 뚫고 들어온 은은한 달빛이 그의 입술에 걸려 연신 반짝인다. 저 입술을 맞추면 달빛을 머금게 될까. 입맞춤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저 넓은 어깨에 딱 한 번만 안겨 봤으면 좋겠다. 그 생각에 잇닿자 머릿속에 거품이 부글부글 차오르면서 아찔해졌다. “없습니까?” 이현이 뭐든 말하라는 듯 자애로운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세요.” “네?” “한 번만 안아 주세요.” 자신의 뱉은 말임에도 귀를 통해 들어오는 목소리가 낯설었다. 멍해진 머리 탓인지 입술의 움직임조차 둔하게 느껴졌다. 이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혜림은 그의 미묘하게 굳은 얼굴을 보고서야 정신이 확 들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그의 치명적인 미소가 문제였다. 그 미소에 홀려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아닙니다. 농담이에요.” 혜림은 얼른 고개를 내저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서둘러 걸음을 옮겨 방문을 여는데 쿵 소리와 함께 도로 닫혔다. 문을 닫고 있는 손이 보였다. 혜림은 그 손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뒤이어 싸한 쿨워터향이 밀려들었다. 온 감각이 등 뒤로 쏠렸다.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거면 됩니까?” 이현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라고, 농담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 말이 입술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네.” 결국 혜림은 순순히 제 마음을 시인했다. “그럼 돌아서요.” “…….” 그럴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서 혜림은 주먹만 불끈 쥐었다. 방금 그에게 안아 달라는 말을 한 용기는 어디서 난건지 모르겠다. 돌아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겨우 한 발 떼었을 때였다. “아니면 이런 걸 좋아하나?” “흡.” 허리를 감싼 단단한 팔이 느껴졌다. 동시에 등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이 느껴졌다. 백허그. 혜림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소원이 소박하네요. 난 조금 더 특이한 걸 바랄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매일 훔쳐보고 있었잖아요.” “…….” 혜림의 귀 끝이 붉어졌다. 이현이 모르게 쳐다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알고 있었다니.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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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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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