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자각의 순간

바니던

2

문도언의 아빠는 제 엄마를 죽였고, 제 엄마는 문도언의 아빠를 죽였다. 부정할 수 없는 악연이라서 그를 피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번호 찍어 줘.” “나 여기 상주야.” “아. 그래? 상주가 상주 같지 않아서 몰라봤네.” 그는 그저 심상치 않은 말본새로 채희를 자극하는 미친놈에 불과했으니. “적어도 우리는 서로 찔러 죽일 일은 없을걸.” 절대 저 남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엮이지 않으려 했다. 분명 그랬는데. “난 걸레 빠는 취향 없어.” “걸레?” “그래. 걸레. 쥐어짜면 구정물 나올 것 같거든.” 채희는 부러 문장 어절에 잔뜩 힘을 주었다. “나 걸레 아니고 보송보송한 수건쯤 돼.” 그가 안기라는 듯 양팔을 활짝 벌리며 멋대로 지껄여 댔다. “수건 한번 몸에 둘러 봐. 따뜻할 거야.” 정말이지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구렁이 같은 놈과 재회한 건 5년 뒤. 죽으려 다시 찾은 고향, 솔영에서였다. 누구에겐 달가운, 그러나 누구에겐 달갑지 않은 해후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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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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