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연극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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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꾼 구오영이 빚쟁이를 피해 숨은 곳은 어릴 적 그녀가 살던 집이었다. 예상치 못한 게 있다면 이 빈집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던 한 남자, 차민주. 버려진 달동네에 널리고 널린 게 빈집인데도 그는 꼭 여기서 밤을 새웠다. 빚쟁이에게 언제 잡혀 끌려갈지 모르는 그녀를 지켜 주려는 것처럼. “나는 도박쟁이들 혐오해요. 죽이고 싶을 만큼” “……왜요?” “손목을 잘라 놓으면 발로 할 테고, 발 자르면 입으로, 입 자르면 눈으로 하니까. 분수를 모르고 끝이 없는 종족들이에요.” 그녀를 혐오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밤마다 어김없이 그녀의 손을 찾았다. 그러면 그녀는 배 위에 올려 두었던 손을 내려 남자의 손을 맞잡았다. “뭘 무서워해요, 오영 씨는.” “거짓말하는 사람.” 그녀가 잡은 손에 힘을 풀고 남자의 손바닥 위에 손끝을 세워 움직였다. “난 거짓말 많이 해요.” “얼마나 많이요?” “매일 해요.” “그럼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는 건 취소할래요.” 모순적이게도. 그들은 이 빈집에서 연극을 하고 있었다. 서로를 믿고 싶어 벌이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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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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