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올 오브 미 [단행본]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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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일찍 여읜 뒤 정 회장 밑에서 친딸처럼 자란 송나연.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정 회장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결혼 상대를 소개받는다. 상대는 다름 아닌 차석준! 완벽한 외모에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뜨려 재벌들이 탐내는 사윗감 1위의 그지만 나연에게 석준은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피하고 싶은 상대일 뿐이다. “어차피 오빠도 제가 좋아서 하려는 결혼 아니잖아요.” 그도 나연과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 “누가 그래? 내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석준은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는데……. 오랜 시간 평행선을 달리다 ‘결혼’이란 접점에서 만난 그들의 이야기, All of Me [본문 중에서] “저…….” “이렇게 마주하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괜히 어색하네.” 나연이 말을 꺼내기 전 석준이 분위기를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던 나연은 이내 다시 입을 꼭 다물어야 했다. “오빠 유학 가기 전이었으니 정말 오랜만이기는 하네요.” “그러게. 자주 가회동 오가면서도 우리 둘이 대화할 기회는 별로 없었지? 너무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잘 지내니?”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저 오빠…….” “나연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나에게도 시간을 좀 줄래? 너만큼이나 나도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야. 나에게도 상황을 정리할 시간은 줘야지.” “어차피 오빠도 제가 좋아서 하려는 결혼 아니잖아요.” “누가 그래? 내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네?” 예상치 못한 석준의 반응에 나연은 화들짝 놀랐다. 아까와는 다르게 웃음을 지운 석준의 진지한 표정과 깊어진 눈빛이 나연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결혼이 달갑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니라 너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찾아온 것도 그래서일 테고. 그러니 시간을 좀 갖자. 어르신께는 내가 시간을 좀 달라고 말씀드릴 테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상처 받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분명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어딘가 풀이 죽어 보인다고 하면 그것은 너무 오버일까? “그……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날게요.” “차, 마저 마시고 가지.” “약속이 있어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포획당한 초식 동물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그녀를 억지로 잡아 놓고 싶지 않았다. 어색하게 고개까지 숙여 가며 인사를 하고 나가는 나연의 등 뒤로 석준의 시선이 못 박힌 듯 따라갔다. 그녀가 사무실을 빠져나가자 석준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을 했는지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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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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