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 큐툰

BL트라우마

※ 도서 내 강압적인 성행위, 폭행, 가스라이팅 등의 자극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지건에게 가족과 모든 일상은 물론, 감정까지 휘어 잡힌 채로도 화민은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믿었다. 꼭 좋은 것만이 사랑은 아니니까.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이니까. 아픈 것도 포함될 수 있는 거니까. “나를……, 사랑하긴 했어?” 하지만, 사랑하느냐 물었을 때. 돌아온 것은 무기질적인 새카만 시선뿐이었다. 그때서야 화민은 알았다. 서지건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바보처럼, 그때서야. * [본문 중]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어?’ 먹이를 앞에 둔 포식자처럼 번뜩이는 새카만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하는 트라우마에 다리가 무너졌다. 화민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악몽이다. 화민은 현재 자신이 늘 꾸던 악몽 속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 앞에 서지건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분명 매일 같이 꾸던 악몽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유달리 생생하게 느껴졌다. 실제 상황처럼 말이다. 피부를 찌르는 선연한 공포감이 화민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