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나의 구원

서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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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눈이 내린 초봄의 어느 날. 10년 전 말없이 떠난, 구영원이 돌아왔다. 그것도 우리 집 세입자로. “안녕, 한구원. 오랜만이야.” 그를 보고 말을 잇지 못하고 굳어 있는 저를 보고 그가 눈을 곱게 접으며 말을 이었다. “나 구영원. 기억하지?” 그렇게 첫사랑과 한집에 살게 되었다. ***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을 뿐인데, 자신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뀌어 버렸다. “한구원. 정말 너에게 내가 남자가 아냐? 이래도?” 영원과 소파 등받이 사이에 낀 상태로, 영원의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를 보며 구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구영원과 저 사이에는 딱 한 뼘의 거리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영원의 얼굴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눈을 감아 버리자,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제 입술에 닿는 게 느껴졌다. “네가 좋아, 한구원. 널 갖고 싶어.” 그의 눈에 가득 담긴 뜨거운 열기에 온몸이 녹진하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다른 말을 할 틈도 없이 그가 입을 맞추며 혀를 섞어왔다. 서른 살에 한 첫 키스는 소꿉친구가 상대였다. 8살에 만나 10년을 붙어 다녔고, 다시 10년 계속 떨어져 지내던 구영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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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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