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이음(異音)

새벽조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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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 #오메가버스 #오해/착각 #동거/배우자 #첫사랑 #재회 #다정공 #헌신공 #연하공 #사랑꾼공 #순정공 #절륜공 #짝사랑공 #존댓말공 #미인수 #다정수 #순진수 #연상수 #임신수 #순정수 #상처수 #달달물 #애절물 정은후 X 이연 알파만을 최고라 여기는 집안에서 유일한 베타로 태어난 이연은 어렸을 때부터 불행 속에 살아왔다.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형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에 죽은 듯이 살아가려 했지만, 그런 이연의 다짐을 흔들어 놓는 정은후가 이연의 앞에 나타났다. 서로 영혼의 짝일 수 없는 알파와 베타의 관계. 하지만 두 사람에겐 서로만이 알 수 있는 향이 존재했고, 그 향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상대를 찾아 안겨 들어갔다. 처음 만나게 된 순간부터 서로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두 사람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잔잔하게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전, 선배한테서 엄청 좋은 향이 나요.” 이연이 대답이 없자 정은후는 재차 말했다. “선배한테서 매일매일 죽을 때까지 맡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좋은 향이 난다고요.” “……아니야.” “네?” “그거…… 아니야.” 이연은 마치 부정의 말밖에 할 수 없는 인형처럼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아니야, 그런 거. 네가…… 네가 뭔가 착각한 거야.” “무슨 착각이요.” “나한테 그런 향이 날 리 없어. 샴푸라든가, 섬유유연제라든가, 향수라든가. 좋은 향을 낼 수 있는 건 많아. 네가 그것들 중에 맡은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나한테서 그것들 외에 다른 이유로 좋은 향이 날 리가 없잖아. 네가 착각한 거야.” 이연은 정은후에게 착각한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말하고 있지만, 정은후의 눈에는 마치 이연이 스스로에게 새겨 넣듯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착각한 거라고?” “그래, 그렇게 생각해.” “그럼 선배는 왜 그렇게 제 향을 맡으려고 한 건데요?” 이연의 말문이 막혔다. “그…… 그건…….” “평소엔 그렇게 피하더니, 아까는 자진해서 저한테 다가오셨잖아요. 제 목덜미에 코까지 들이대면서까지.” 정은후가 어디 계속 더 말해보라는 눈빛을 한 채 이연을 빤히 바라보자, 이연은 정은후와 맞닿은 눈을 피하지도 못한 채 머릿속만 바쁘게 움직였다. “선배, 영혼의 짝이라고 알아요?” 영혼의 짝? 이연 자신도 한번 떠올린 적 있는 익숙한 단어에 안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하긴, 선배도 배웠을 테니까. 수업 때 그러더라고요. 영혼의 짝인 걸 확실히 아는 방법은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그리고 자신의 뒷말을 기다리는 이연 쪽으로 몸을 조금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영혼의 짝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서로의 짝한테서 느낀 게 있대요.” 지난번, 이연이 열심히 생각해내려 해도 생각나지 않았던 수업내용이었다. 그래, 영혼의 짝인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고 했었다.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라 다른 요소들은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지만. 그게 뭐였지? 이연이 저도 모르게 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음 말이 나올 정은후의 입을 집중하여 쳐다보았다. “향이요.” ……뭐? 이연의 사고가 정지됐다. “서로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향이 있대요. 지금 선배와 저처럼.”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히 그럴 리가 없었다. 자신은 베타고, 정은후는 알파였다. 절대 영혼의 짝이 될 수 없는 관계였다. 이연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자신과 정은후의 관계에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이연에게서 어떠한 반응도 없자 정은후는 고개를 갸웃하고선 이연을 불렀다. “선배?” “그럴 리가 없어.” 또다시 부정의 말을 내뱉는 이연에 정은후는 이번엔 또 어떤 말을 할지 들어보겠다는 듯이 살짝 숙였었던 몸을 일으키고는 이연을 주시했다. “이번엔 왜요?” “……니까.” “네?” “내가…… 베타니까.” 이번엔 정은후의 사고가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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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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