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너티, 델리, 피치

쥬시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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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횡령한 자금 27억. 평생을 일해도 갚을 수 없을 게 뻔한 큰 액수였다. 어쩌면 남은 평생을 빚더미 위에서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 예쁜 얼굴이 아깝잖아. 눈만 멀쩡했다면 배우나 모델을 해 보라 권하고 싶을 정도거든. 그랬다면 돈을 갚기 훨씬 수월했을 텐데 말이야.” 남자는 입으로는 안타깝다고 하지만, 말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여태껏 그랬듯이, 농담하듯 가볍게 말을 내뱉고 있었으나 누군가에겐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희주는 입술을 깨물고 분을 삭이려다, 문득 머릿속이 선명해졌다. “그럼, 그쪽이 살래요?” 이 남자가 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애초에 그러려고 접근한 거 아니었어요? 오빠가 아니라 나를 찾아온 이유. 그까짓 거 하면 되잖아?” 자경은 쇠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희주의 말에 헛웃음을 터트린 자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마를 턱 짚었다. 킥, 웃기까지 했다. 시발, 박태수 대표님아. 네가 나에게 졸라 시련을 안겨주긴 줬구나. 뭐 저딴 되바라진 계집이 다 있을까? * 본 작품은 <하드보일드 시나리오>의 2년 전 시점 연작이오나, 전작을 읽지 않으셔도 감상에 무방합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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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데렐라의 남자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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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의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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