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깊게 새긴

은서정

1

꽃이 그토록 아름다운 건 바람에 쉽게 스러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만 보면 오만하게 턱을 치켜드는 저 아름다운 도련님이 새하얗게 바래지고 있는 것처럼. “내가 우스워?” 그렇게 물으면서 정작 우스운 건 그녀라는 듯 노려보고, “주제 파악이 영 안 되는 모양인데, 짜증 나니까 그딴 표정 짓지 마.” 그렇게 명령해 놓고 눈앞에 안 보이면 그녀를 찾았다. “내가 죽기라도 하면, 너도 같이 묻어 달라고 할 거야.” “그래. 네가 죽을 때 나도 같이 묻어 버려.” 미친. 저 미친 계집애. 이죽거리던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탁했던 눈동자에 반짝, 그녀가 새겨졌다. 너무 깊어, 파낼 수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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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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