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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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랑 결혼하자! 결혼해서 여수에서 같이 살자! 서울 가지 마라아아아!] 어릴 적 청혼까지 하며 짝사랑했던 남자를 일하게 된 곳의 대표로 다시 만나게 된 태은. 아무리 세상이 넓고도 좁다지만 이렇게 그를 마주할 줄이야. “안녕하세요, 대표님. 이태은이라고 합니다.” “서지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만 반가웠던 걸까. 정말 몰라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은척도 하지 않는 그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다시 설레는 이 감정은 뭔지. 혼란스러운 감정에 태은은 일을 그만두기로 하는데……. * * * “그런데, 왜 그만둬?” “저 근무 첫날에 대표님이 그랬죠? 정 못 해 먹겠으면 언제든 상관없으니 말하라고.” “그랬, 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떨어질지 두렵다는 듯한 표정이다. “실은 저, 대표님만 보면 떨려요. 대표님 만지고 싶고, 자고 싶어요.” 할 생각 없는 고백이었는데, 무엇이 자신을 급발진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선 더 일 못 하겠어요. 못 해 먹겠네요, 정말.” 그게 이곳을 그만두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태은은 진심을 말했다. “누가 먼저 그런 말 하래.” 이제 그만 인사하고 미련 없이 가려는데, 그에게 팔목이 붙잡혔다. 당황해서 쳐다보니 그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어 있었다. “나 좀 봐 줘.” “봐 주면 뭐 할 건데요?” “네 생각엔 뭘 하고 싶을 것 같은데.” “뻔하네요.” “뻔해?” “나랑 자고 싶은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래, 맞아. 너랑 자고 싶어. 미치게.” 그의 긍정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얘진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두서없이 밀려들었다.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 사람은 알고 있을까. “이만 가 볼게요.” “이태은.” “…….”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 “여기에서 못 끝내겠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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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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