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저질 선배님을 함부로 신뢰했다가

망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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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연구소의 저질 연구 주임 장석률을 2년 넘게 짝사랑해온 신다연. 남자들 접근을 차단하려고 애인 있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호시탐탐 석률에게 고백할 기회를 노렸건만, 그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어떤 여자인지 확인하려고, 장석률이 참석하는 동료의 환송회에 가는 다연. 취한 동료들이 자리를 떠나고 마침내 둘만 남게 되자, 정말 애인이 있냐고 묻게 되는데, 야속하게도 진짜로 애인이 있으며 늘 받아주는 여자라고 답하는 석률. 술에 취한 석률을 집까지 부축해줬다가 집안까지 들어가게 된 다연은 침실에서 그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를 보고 경악하는데. --------------------------------------- 애인이 집에 있을 줄은 몰랐다. 현관에 신발이 없어서 방심한 탓도 있지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조금 전까지 무겁게 부축하고 오면서도 즐거웠던 기분이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다. 진짜로 애인이 생긴 거구나. 별별 얘기를 다 들으면서도 아니길, 농담이길 속으로 간절히 바랐는데. 하아. 내 짝사랑은 이렇게 끝인 거구나.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녀는 발소리를 죽인 채 장석률의 곁으로 다가갔다. 테이블 위에 꿀물이 든 컵을 내려놓고 조용히 그를 흔들었다. 그는 잠든 것처럼 미동이 없었다. “선배님. 꿀물 타 놨어요. 전 이만 갈게요.” 귓속말하는 투로 말하곤 몸을 돌린 순간, 불쑥 날아온 손이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자, 가늘게 뜬 검은 눈동자가 망막에 쑥 들어왔다. “안 잤어요?” “응. 왜 그렇게 급히 가려고? 너도 한 잔 마셔.” “안 돼요. 저기… 선배님 여자친구가 집에 있는 거 같아요. 괜한 오해 받기 전에 빨리 갈래요.” “…여자친구?” 그가 느른하게 되뇌었다. “치, 침대에서 자는 거 같아요. 깨기 전에 빨리….” 말한 순간 다연의 팔을 잡은 손에 강한 힘이 들어가더니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 “엄마얏!” 다음 순간, 다연은 고꾸라져서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왜, 왜 이래요? 여자친구가 선배님 침대 위에 있다고요.” 맘껏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녀는 고개를 들고 속닥거리는 투로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외려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여자친구가 오해 안 하면, 계속 있으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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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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