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부제 : 나를 사랑해줘요)

로맨스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부제 : 나를 사랑해줘요)

이윤미(리윤)

0

“전 보통인데요.” “본인이 보통이라고 생각해요?” 서인의 눈이 새하얗게 웃는 현과 마주쳤다. 가슴 한 곳이 찌르르 울렸다. 목이 말라와 침을 꼴깍 삼켰다. 현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눈 꼬리를 접으며 웃었는데 남자가 이렇게 예쁠 수도 있는 건가 싶어 머리가 멍해졌다. 서인의 가슴에 방울이 톡 하고 터졌다. 저도 모르게 입을 지껄였다. “결혼해 주세요.” 현은 그녀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는지 입가를 둥글게 그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청혼하는 여자가 특이하지, 안 특이해요?” …… 정말이에요. 저랑 결혼해 주시면 안돼요? 이왕 할 거면 이 사람과 하고 싶다고 서인의 마음이 속삭였다. -소심하고 답답하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사랑을 꿈꾸는 여자, 이서인 -아직 사랑을 확인한 적이 없어 사랑을 믿지 않는, 현실적인 남자, 독고현. 둔하고 느린 반푼이, 이서인이 누구보다 눈부신 현에게 바라는 하나. 나를, 사랑해 주세요. [본문 중에서] 입술 위로 부드러운 것이 스쳐갔다. 현은 눈을 반짝 뜨고 코앞의 서인에게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뭐 한 거야, 방금?” “미, 미안해요. 기분 나쁘셨다면…… 그냥 전…….” 정신이 하나도 없다. 왜 그에게 이런 짓을 저질러 버렸을까. 서인은 경련이 이는 것처럼 입술을 떨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곧추세웠다. 정신이 나갔던 거야. 며칠 전 컴퓨터에서 보았던 앙케트가 머릿속에 갑작스레 떠올랐다. 연인들이 낭만적인 첫 키스 장소로 꼽는다는 해질녘의 강변. 다시 그를 가까이 보는 건 안 되는 일이어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저지르고 말았다. 있지도 않은 용기를 땅속까지 파내 쥐어짰다. “제, 제가 기분 나쁠 수도 있다고 말했잖아요. 첫 키스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어서……. 때, 때리셔도 돼요!” “첫 키스? 하, 너…….” 현은 이를 악물고 두 눈을 꽉 감은 서인을 내려다보았다. 키 차이 때문에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움켜 쥔 어깨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만으로도 알겠다. 그래도 그렇지, 자신을 여자나 때리는 한심한 놈으로 봤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오려 했다. 쌍꺼풀 없는 동양적인 눈매, 단정하지만 작고 둥그런 코, 고집스런 입매와 힘을 주느라 옅게 드러난 보조개까지. 아담한 키만큼이나 그의 손에 잡힌 체구는 무척이나 작고 여렸다. 서인의 얼굴을 눈으로 훑어 내리던 현의 눈이 점차 탁하게 흐려졌다. 그가 상대해 왔던 여자들은 모두 일이면 일,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당당하고 거침없는 이들뿐이었다. 서인처럼 소극적인 데다가 둔하고 순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겁이 많고 눈물이 많은 이 여자는 의외로 끈기가 있었고 맹목적인 애정을 가졌으며 웃는 얼굴이 향기로웠다. 감동, 했달까. 현은 손을 들어 서인의 보드라운 볼을 쓸어내렸다. “그걸 키스라고 하는 거야?” 서인이 눈을 뜨고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현의 매끈한 얼굴이 고작 반 뼘 거리에 그녀를 보고 있었다. “너, 너무 가까운데…….” 서인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었다. 그가 얼굴을 더 가까이 내렸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키스할 건데.” “네?” 서인의 벌어진 입술 위로 현의 입술이 망설임 없이 내려앉았다. 부드럽다. 사탕을 입에 문 것 같은 달콤함이 스며들었다. 현은 입술을 움직여 서인의 윗입술을 빨아들이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한 손으로는 서인의 얼굴을 더욱 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감아쥐었다. 서인의 입술을 아로새기듯 가볍게 빨아들이던 현은 어느 순간 한층 더 강하게 입술을 내리눌렀다. -중략- 서인의 허리를 더욱 품 안 가까이 끌어당긴 현은 서인에게 자신의 허리를 밀어붙였다. 호흡이 아쉬운지 서인의 가슴이 급하게 오르내리는 것이 맞닿은 가슴을 통해 느껴졌다. 그들에게서 나는 젖은 소리가 점점 커져 갔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웅성거림 역시. 웅성거림? 그제야 현은 이곳이 어딘지 생각해 내고 입술을 떼었다. 서인이 몽롱한 얼굴로 가쁜 호흡을 뱉어 내며 그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젠장. 사고 한번 제대로 쳤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생각과는 반대로 나른한 만족감에 현의 입술은 둥근 호선을 그렸다. “……요.” “뭐?” “한 번만 더 해요, 이거.” 눈을 치켜뜨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긴 서인이 그의 입술 위로 제 입술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의 입술 위에서 제 입술을 오물거릴 뿐이었다. 그 간질거림에 현이 입을 벌려 서인의 입술을 쪽 빨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술 위를 혀로 덧그린 후 입 안을 빠르게 훑고 난 후, 서인의 귓가로 입술을 옮겼다. “이젠 안 되겠는데. 여기 우리만 있는 게 아니야.” “아…….” 그제야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 듯 서인이 그에게서 황급히 떨어졌다.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고 있던 현의 팔도 순순히 풀어졌다. “그렇게 좋았어?” “……네.” “하.” 너무 솔직한 대답에 현은 되레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비밀을 지켜라!
2
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