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짝사랑에 대하여

삐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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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친구>연인 #이공일수>일공일수 #첫사랑 #미인공 #다정공 #헌신공 #복흑/계략공 #여자친구있공? #미인수 #까칠수 #츤데레수 #무심수 #순진수 #짝사랑수 #순정수 도재혁은 내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였다.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촉망받는 수재. 스스로 제 목표를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교에 입학하리란 평가를 듣던 학생. 그러나 정시가 끝난 후, 도재혁은 나를 따라 지방의 작은 대학교로 진학했다. 녀석을 아는 모두가 제정신이냐고 물었지만, 내 마음은 벅차올랐다. 도재혁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정도면 됐다, 그리 생각할 정도로. “너는 왜 날 따라왔어?” “음, 글쎄.” 내 기대감 가득한 물음에 도재혁은 단정하게 정리된 손끝으로 뺨을 톡톡 두드렸다. 낮은 음성은 말을 고르듯 느리게 흘러나왔다. “하고 싶은 게 널 따라가는 거였나 봐.” 그 대답에 어찌나 설렜는지 모른다. 그러나 스물셋, 서로에게 비밀이라곤 없어야 한다고 말하던 도재혁이 나에게 무언가 숨기기 시작했다. 짝사랑 1n년 차. 내 첫사랑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 “서율.” 도재혁은 베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내 표정을 가린 이불이 사라졌다. 베개에 숨기고 있던 고개를 어중간하게 돌려 녀석을 응시했다. “왜.” “잠 다 깼어?” “어, 네가 15분이나 통화하는 동안.”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니 녀석은 가볍게 웃었다. “심심했나 보네.” 바람결에 꽃잎이 흩날리는 이 계절과 짜 맞춘 듯 봄 햇볕처럼 따스한 미소였다. 이 얼굴을 내 앞에서만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설렜는데. “오후 강의 끝나고 세희랑 밥 먹기로 했어. 같이 가자.” 뒤이어 나온 말에 마구 부풀던 설렘은 물먹은 솜처럼 금세 숨이 죽었다. 다정한 목소리는 나에게 묵직한 통증을 안겨 줬다. “됐어. 내가 너희 둘 사이에 끼어서 뭘 하겠어.” 내가 툭 내뱉은 말에 녀석의 미간이 움찔 떨렸다. 이어질 표정을 더 보고 싶지 않아 괜스레 몸을 돌렸다. 녀석이 붙든 이불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기며 또 얼굴을 가렸다. “사귀는 거 아니라니까?” 들려온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한숨 섞인 음성은 어쩐지 곤란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별달리 할 말은 없다. “그래, 뭐.” 그저 최대한 관심 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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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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