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딜도, 석고본을 만드는 여자 [단행본]

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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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란이 공들인 창주의 페니스는 이미 단단한 몽둥이가 되어 뿌리끝, 고환 끝까지 모두 알지네이트 반죽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아아아, 이상해. 진짜 이게 뭐 하는 거야, 잠깐 도와주는 게 아니잖아.” 얼떨결에 엉거주춤 앞으로 수그린 자세가 된 창주가, 자신의 페니스에 닿은 생경한 느낌에 굵게 인상을 쓰며 신음했다. “뭐긴 뭐야. 당신 잘생긴 고추를 반죽에 담근 거지. 움직이면 절대 안 돼.” “으으으윽… 그런데 이걸 왜 만드는 거지?” 희란은 묻고 있는 창주를 향해 그냥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갖고 싶어서?” “하!” 창주는 기가 막힌다는 듯 낮은 한숨을 뱉어냈다. . . 나의 비밀 캐비닛 안에는 나만의 전리품인 딜도 석고본들이 들어있다. 큰 놈, 작은 놈, 거대한 놈, 아담한 놈, 나쁜 놈, 좋은 놈, 가난한 놈, 돈 많은 놈, 착한 놈, 그리고 버릴 놈.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남자들은 나를 일컬어 타고난 요부니 전형적인 팜므파탈이니, 치료 불가능한 소시오페스라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단 한 번도 사랑을 구걸한 적이 없다. 그들이 먼저 나에게 구애했고 그들은 늘 나의 새까만 눈동자에, 내 몸에 미쳤었다. . . “사랑해, 희란아, 아아! 허억, 헉헉, 사랑해, 사랑해!” 마치 주문처럼, 절대 쉬면 안 되는 마법의 주문처럼 창주는 끊임없이 사랑해를 연호하며 깊이깊이 들이쳤다. 희란의 가는 다리를 번쩍 들어 발목을 잡은 창주가 옆으로 활짝 벌려 든 채 자신의 아랫배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하아아응!” 질 입구를 꽉 덮은 창주의 페니스 전부가 뜨거웠다. 입구에서 속까지 빈틈없이 들어찬 그의 모든 것이 버거워 희란의 숨이 가쁘게 넘어갔다. ‘갖고 싶다. 아무에게도 주고 싶지 않다. 이 여자 내 거 하고 싶어!’ 창주는 탁해진 눈빛으로 자신의 아래 누워 헐떡이는 희란을 쳐다보며 천천히 페니스를 빼냈다. “아아!” 안도일까, 갈증일까 알 수 없는 희란의 신음 소리가 창주의 신경을 툭하고 건드렸다. “아아아, 희란아. 사랑해, 미치도록 사랑해!” 창주는 다시 희란의 몸 안 가득 자신을 밀어 넣으며 포효하듯 몸을 뒤로 재꼈다. . . 젖과 꿀이 흐르네, 하다가 죽어도 좋네, 너는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했네, 수많은 개소리를 똑같이 지껄이며 사랑을 외치다 그들은 결국 떠났다. 나는 그저 쾌락을 쫓을 뿐,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가장 미쳐 있을 때 그들의 성기로 딜도, 석고본을 만들었다. 이유? 없다. 그저,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를 반증하는 전리품? 언젠가 이 전리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할까? 온 세상이 나를 향해 미친년이라고 손가락질 할때 난 당당히 세상에 대고 외칠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 따위는 없어. 좆도 모르는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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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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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퍼스트 키스(1st K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