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찬탈연정(簒奪戀情)

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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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의 배경은 가상의 국가이며, 용어와 계급 등은 조선시대에서 차용하였으나 인물 및 사건은 사실과 차이가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자신보다 부족한 왕세자인 형 ‘녹’을 질투하며 궁 안에 갇혀 살던 태사국의 둘째 왕자 ‘강’. 녹을 마주할 때마다 무거운 열패감에 젖어 가슴 한곳에 깊은 울혈까지 생긴 와중 모두의 축복 속에 조카 ‘휘’가 태어난다. 녹의 아이. 심지어 제 왕위 승계까지 밀려나게 한 이 어린 시발놈이 반가울 리 없는데. “슈쀼, 내일두 오심미까?” “왜요, 내일도 내가 왔으면 합니까?” “녜, 이 원자는 슈쀼하고만 이꼬 싶습니다.” 고열로 발갛게 익은 아이가 간절하게 자신을 붙잡은 순간, 스무 해 가까이 격랑이 일던 마음은 난데없이 잠잠해졌다. 어린 세자가 궁 안에 답답하게 갇혀 지내는 것이 꼭 지난날 외로웠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하루 이틀 찾아가 곁을 내어 주던 날들이 벌써 십수 년. 배덕한 줄 알면서도 남몰래 크기를 키웠던 비틀린 연정, 피로 얼룩진 손으로 애지중지 길러 낸 아이는 이제야 오롯이 제 것이 되었는데. “대군, 거사 일이 정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음습한 욕망이 내 아이의 세상을 빼앗으라 부채질한다. “숙부!” 결국 내 가엾은 연정은 검은 파도에 띄워 보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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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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