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팃포탯(Tit for Tat) : 겁탈

딸푸치노

3

진주원은 자신이 게이라는 걸 깨달았던 그 어느 날처럼, 본인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신에게 버금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주원은 세상을 내버려 두었다. 그저 자기 주변의 부도덕한 이들을 계몽시킬 뿐. 그런 주원의 소소한 즐거움은 어떤 남자를 구경하는 것이다. 음침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그 남자는 훌륭한 눈요깃감이었다. 그 남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너 오늘 뭐 했어?” “유미를…… 집에 데려왔어요. 첫눈에 반한 여자예요. 내 애를 낳게 하려고…….” “그럼 지금 상황이 납치, 감금. 뭐 이런 거네?” 스토킹에 납치, 감금까지. 그냥 단순히 말로만 교육해도 될 일이긴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남자가 범죄자라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졌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 다짐했었다. 하지만. “너 같은 애들은 꼭, 자기가 당해 봐야 알더라.” *** “으응? 이게 뭐야?” 정신이 들고 멍하던 눈에 생기가 돌았다. 눈을 끔뻑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다정은 곧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다정은 손목과 무릎이 묶인 것처럼 자세를 풀 수가 없었다. 전부 주원의 지시대로였다. “누구야?” 고개를 휘젓던 다정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깨어나,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에 먼저 놀랐다. 곧 제 다리 사이에 앉아 있는 남자, 주원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너 뭐 하는 새끼야!” “나? 너 임신시켜 줄 새끼.” 주원의 말을 들으니 항문으로 남자의 정액을 받으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상기됐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남자를 받기 좋은 자세로 묶여 있다는 사실 또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끌려온 자신이 이대로 저 남자에게 범해지면 임신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남자에게 저항하려 팔을 당겨도 어떻게 묶인 것인지 무릎을 당기는 꼴이라 다리 사이가 벌어지기만 할 뿐, 도저히 자세를 바꿀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신이 붙잡아 벌리는 중이니 당연했지만 그걸 모르는 다정은 이 상황이 끔찍했다. 원하지 않지만 스스로 훤히 내보이고 있는 구멍을 보는 주원의 시선이 진득했다. “근데 좀 서운하네. 그래도 매일 보던 사이인데 말이야.” “난 너 같은 새끼 몰라!” 다정은 주원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럴 줄 알았다. 매번 도시락만 사고 눈도 제대로 안 마주치고 계산하고 나갔으니 알 턱이 있나. 다정이 느끼는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을 읽은 주원이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래, 아까 그 여자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 너도 당해 보니 알겠지? 이래서 역지사지가 필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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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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