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잔혹한 지배

오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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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가?” 그가 욕망으로 잔뜩 쉰 음성을 냈다. “그러니까 계속하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사랑하라고!” 육체적으로 더 할 수 없이 잘 맞는 여자일 뿐, 가장 혐오하는 인간의 여식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말을 내뱉는 내내 심장 부근이 뜨끔거리고 있었다. 밤마다 품은 여자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의 핏줄이다. 짓밟는 쾌감도 질렸다. 그러니 버린다. “내 여자라면, 숨도 허락 받고 쉬어.” 말 그대로다. 전부(全部)가 아니면 전무(全無). 은서가 굳어진 눈으로 그의 눈을 직시했다. 얼음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차가운 눈동자가 그녀를 마주 응시하고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날뛰지 마.” 모욕적인 말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뱉었다. 그녀에게 달콤히 키스를 하던 남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제 말에 여린 그녀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불 보듯 알면서도, 상처를 주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주제파악을 하라. 그가 날 사랑한 게 아니었다. 저만 그를 원하고, 사랑한 것이었다. 그의 사랑을 받으려면, 숨도 허락을 받고 쉬어야 한다. “손톱만큼이라도 나를 사랑하나요?” 거짓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그 한마디면 되었다. “아니. 너를 손톱만치도 사랑하지 않아.”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기껏 몸을 섞는다고 사랑하는 거 같으면, 난 열댓 명과 사랑에 빠져 있을 거야. 그러나 실망하지 마, 그중에서 네 몸을 가장 아끼고 있으니까.” 어깨를 잡았던 그의 손이 떨어지고 손가락 하나가 그녀의 뺨을 톡톡, 두드린다. “말했었잖아?” 흡사 사랑의 속삭임처럼 달게 중얼거리며, 그의 입술이 그녀의 창백한 입술로 내려앉았다. “네가 내 여자이듯, 아직까지 난 네 남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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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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