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신녀의 밀야

밍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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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픽션이므로 등장하는 지명, 인물, 문화는 사실과 무관합니다. 부황이 서거하자 태자에 의해 공주 작위를 박탈당한 시온. 그녀는 이제 신녀가 되어 신궁에 갇혀 지내다시피 살아야한다. 삶의 낙이라면, 가끔 몰래 신궁을 빠져나가 저잣거리에서 노닥거리는 게 전부였다. 어느 날 저잣거리에 나가 구경을 하던 시온은 수상한 살귀들을 만나고 스라소니 가면을 쓴 낯선 남자에게 도움을 받아 그들을 따돌린다. “공자님은 왜 아무 말이 없나요……?” “…….” “혹…… 말을 못하십니까?” “…….” 시온은 시종일관 대답이 없는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약속 날짜를 정했다. “사흘 후 묘시에 객잔 앞에서 뵙겠습니다.” 다시 그를 만날 날만 기다리던 시온은 자신의 이복 오라비이자 현나라의 황제인 서환 때문에 그와 만나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날 밤 스라소니 가면을 쓴 그가 신궁으로 시온을 찾아오는데... 삼엄한 궁의 경비를 대체 어떻게 뚫은 것일까? *** 옆머리가 귀 뒤로 스윽 넘어가는 느낌에 눈을 떴다. 서환의 희고 긴 손가락이 부드러운 머릿결을 넘긴 것이었다. 피부에 직접 닿지 못한 손길이 이상하리만치 기시감이 들었다. 어디서 느껴본 손길인가? “…….” 순간. 표표히 떠다니는 구름이 태양을 가로질렀다. 나무의 그림자 위치가 바뀌더니 서환의 얼굴 반쪽을 가렸다. 그늘 때문인지 그의 한쪽 눈동자의 채색이 일시적으로 변했다. 시온은 지금의 상황을 잠시 잊고 멍하니 서환의 눈빛을 응시했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디서 보았더라? “…….” “원망스러워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그게 네 운명이다.” 시온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서환이 손을 거두고 뒤돌아섰다. 그의 어깨에 두른 붉은 망토가 바람결을 따라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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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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