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흰 꽃은 다시 핀다

강곰곰

39

돈줄이 마르는 것도 두렵지 않은 재벌가의 놈팡이로 살아왔다. 부모의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힐난도 어쩐지 싫지 않을 정도로 막돼먹은 인간, 성지원. 그런 그의 부인이자,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던 여자가 이제 떠나겠다고 한다. “…언젠간 제가 같이 일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구 밑에서 일할 건데. 어떤 새끼의 부인으로 살 건데!” “죄송합니다.” “웃기지 마.” “상무님.”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이건 명령이야. 날 사랑하도록 해.” * * * “얼마 필요해? 고급 인력이고 상황이 어지러우니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괜찮습니다, 상무님.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건데. 한두 푼 아닌데 대출받아 이자 내 가며 갚으려고? 아님 창창한 미래 걷어차고 퇴직금 받고 경단녀 될 거야?” “…….” “이직하면 되겠지, 그런 단순한 생각을 한 거라면 실망이야. 내 성질머리 좆같은 거 네가 가장 잘 아니까.” 정확히 어젯밤, 뜬눈으로 퇴직금을 계산해 보았던 은재가 뜨끔 놀랐다. 도지원의 성질머리가 더럽다 못해 잔인한 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건 일종의 으름장이었다. 저렇게까지 말했다면 이직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원에게 막무가내로 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건 은재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정 내키지 않으면 나랑 거래 하나 하지. 나는 네가 필요하고, 너는 돈이 필요하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결혼하자. 돈 필요하지? 그딴 거 내가 줄게.” 은재는 대답 대신 눈을 내리깔았다. 해쓱한 얼굴에 촘촘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