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침묵의 정사(情事)

세라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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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정사(情事)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 윤다정,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하는 남자 강도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어.” “뭔데요?” “정말 이상(理想)이 심청이었나? 아니면 상황 때문에 이상이 바뀐 건가?” “원래 제 이상이 맞아요. 당신이 처음이었어요.” “처음?” “네,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했어요. 터무니없다며 놀릴까봐.” “난 놀리지 않을 것 같았나?” “네.” “그럴 지도, 대신 괘씸했지. 집안을 살리기 위해 발악하는 거 같아서.” “아, 당신 입장에선 그렇겠군요.” “그런데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인당수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수양딸이라, 처음과 달리 마음에 들어, 그 이상이라는 것.” 이제 그들은 괜찮을 것이다. 서로에게 서로가 있기 때문에……. -본문 중에서- 아득하고 달큰한 숨이 그의 입에서 내뱉어졌다. 그는 온 몸의 모든 힘을 다 쏟아낸 것처럼 그녀의 가슴으로 무너졌다. 땀으로 인해 약간은 끈적댔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늘 그랬던 것처럼 그는 아직도 뜨거운 그녀의 내부에서 빠져 나왔다. 그때 늘 수동적으로 누워만 있었던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조금은 몸이 불편했는지 잠시 인상을 쓰며 머뭇거렸다. 그리곤 이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그에게서 벗어났다. 그는 고개를 갸웃댔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부끄러워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어리벙벙해진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드레스 룸에서 그들의 대화가 되는 태블릿PC 모니터 들고 나왔다. 여느 때보다 말간 눈동자를 끔벅이며 모니터를 들이밀었다. [나 싫어하는 건 아니죠?] 도하는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방금 전 그가 한 행동들이 하나둘씩 되새겨지기 시작했다.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서 온 그녀를 벌주려 한 정사(情事)였다. 그래, 시작은 그랬다. 그러나 이유가 무색하게도 도리어 그가 그녀의 뜨거운 몸짓에 함락당한 꼴이었다. 더더군다나 그녀의 신음 소리를, 그녀가 그를 애원하고 갈망한다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그런 천박한 소리를 듣고 싶었다고? 나 강도하가?’ 그는 방금 스스로가 겪은 일이기에 머리에 폭탄을 맞은 것처럼 혼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옛날 지독히도 잊고 싶었던 과거가 다시 스리슬쩍 되새겨지려 했다. 도하는 저도 모르게 그녀가 들고 있는 모니터를 거칠게 빼앗고는 바닥에 내팽개쳤다. 갑작스런 그의 변화에 경악으로 물든 그녀의 눈동자를 보았지만, 그는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매몰찬 걸음으로 그녀 곁을 재빠르게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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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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