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J의 목줄

순수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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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그의 모든 것이었던 윤제이. 그런 제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오랜 시간 제이만을 찾아 헤맨 강현성. 드디어 다시 찾게 되었지만 제이는 이미 악몽 속을 걷고 있었다. “가, 가지 말아요, 주인님. 시키시는 건 뭐든지 할게요. 때리, 때리셔도 좋아요. 평생 여기서 나가지 않아도 좋아요. 저는 그냥, 그냥 주인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더 이상 버림받는 건 싫어…….” 대체, 내가 네 곁에 있지 않은 그 긴 시간 동안 너는 무슨 일을 겪은 거지? 잔혹함과 다정함의 경계에서 현성은 제 안의 짐승에게 스스로 목줄을 채운다. “버리지 않아.” 몇 번이나 반복해도, 그때마다 제이는 마치 처음 들은 말인 듯 눈을 크게 떴다. “다신 널 절대 내 곁에서 떨어뜨리지 않아.” <<맛보기>> “잘못했어요. 때려도 좋아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밥 먹자.” “……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어리벙벙한 제이를 보니 옅은 웃음이 나왔다. 가끔씩 드러나는 옛날 제이의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현성은 제이의 머리칼을 헝클여 놓았다. 한 숟갈씩 천천히 떠먹여 주는 미음을 얌전히 받아먹는 제이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런 다정한 주인은 처음인지라 낯설었던 것이다. 마음이 근질거려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음식을 받아먹던 제이가 현성의 옷 끝자락을 잡아끌었다. “물?” “아니, 아니요. 그게 아니라…….” 답지 않게 뜸을 들이는 제이의 모습에 현성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커다란 눈망울을 데구루루 굴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조그마한 얼굴도, 작지만 오뚝한 코도, 상처 입고 멍이 들어도 부드러운 피부도, 통통한 입술도 모두 다. 스물아홉 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그는 스무 살의 윤제이 그대로였다. 제이의 입술이 오물거렸다. “저, 저는, 주인님이 너무 좋아요.” “만날 하는 소리잖아.” “버,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것도.” “그, 그게 아니라…….” 빨개진 귓불을 만지작거리니 제이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또다시 흥분할세라 현성은 얼른 손을 내렸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그 작은 머리를 굴려 한참 고민하던 제이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주, 주인님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신 분은 없었어요. 정말로, 주인님과 함께, 계속 있고 싶어요. 주인님이 너무 좋아요!” 열띤 프러포즈였다. 그렇지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성의 입 안이 썼다. 이것도 미쳐 가는 증세 중 하나인가? 예전이었으면 그런 말이 아닌 일상적인 말에도 그저 제이가 뱉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현성이었다. “……내 이름이 뭐지?” “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제이는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성은 약과 함께 물을 입에 머금고 제이에게 넘겨주었다. 꿀꺽, 제이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혀 내밀어 봐.” 제이는 눈을 감고 혀를 내밀었다. 난잡한 키스를 바라는 몸이 또다시 상기되었다. 기대와 달리 혀 위에 놓인 것은 사각형의 조금 딱딱한 무언가다. “이, 이게 무슨?” 당황한 것도 잠시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한 맛에 제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오래도록 잊고 있던 맛이었다. 너무 기뻐 눈물이 절로 났다. “상.” “상…….” “맛있어?” 맛이 없을 리가. 조금이라도 아껴 먹으려 조심스레 혀를 굴리던 제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은 제이의 침대에 눕고는 팔을 벌렸다. “이리 와. 오늘은 함께 자자.” 말을 물릴세라 얼른 안긴 제이는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에 머리가 지끈해질 정도였다. 이런 달콤함은 기억에 없었다. 어쩌면 오늘 밤은 너무 달콤해서 잠에 들 수 없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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