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숨이 달다 [단행본]

십이월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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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꾼 예지몽이, 이번엔 내 죽음을 예견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믿지 않는 신께 빌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나를 가엽게 여겨달라고. 내 불행을 예단한 꿈은 그때 그것이 마지막이었길 바란다고. “한세인 작가님 맞으십니까.”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눈앞엔 꿈속에서 나를 죽인 남자가 서 있었다. “작가님의 작품을 저희 호텔에 걸고 싶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제안 앞에 말문이 턱, 막혔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기회였지만 그 말로가 죽음인 이상 이 남자와 절대 얽혀선 안 된다.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분명 과분한 일이지만 그래도 역시 어렵겠어요.” “한세인 씨.” “제 주제에 이러는 거 우스우실 거예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게 제 선택입니다.” 내내 태연한 척 굴었지만, 세인은 탁상 밑으로 제 허벅지를 바짝 틀어쥐고 있었다. 그의 눈을 피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이걸로 되었다고. 이제 더는 그를 마주할 리 없으리라 생각하던 그때였다. “다시 뵙죠. 한세인 씨.” 그는 지금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인사를 남기며 서서히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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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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