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신촌역 2번 출구 블루스

김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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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취업. 이 두 가지 이외의 관심사는 대학 졸업반에겐 사치 아냐? 그렇게 생각하는 청춘들은 연애를 갈망하면서도 지금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며 힘들어하지만, 영하는 좀 다르다. 연애나 사랑 같은 건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큰 감정의 변화 없이 일상은 늘 담담했다. 늘 지나치리만치 무던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네가 좋다면 뭐 나도 괜찮아. 그렇게 굴곡도 기복도 없이, 평탄하고 조용하게 살아왔다. 그런 스물셋의 영하 앞에 불현듯 주현이 나타난다. 끝내주게 예쁘고, 끝내주게 똑똑하고, 끝내주게 잘 사는 여자애. 학과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주현을 씹어대던 선배들은 늘 그렇게 말했다. 내심 주현이 신경 쓰이면서도 영하는 애써 외면하려 노력한다. 무엇보다 저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주현은 자꾸만 영하에게로 바짝 다가선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도저히 밀어낼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게. 그래서 영하는 결국 묻고 싶어진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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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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