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종착점

강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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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헌은 보건소 근처 시장에서 장미향을 처음 보았다. 꾀죄죄한 옷차림과 절뚝거리는 걸음새. 그는 미향의 장애를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 대체복무 중인 자신이 떠나면, 이 작은 시골 동네에 그녀 혼자 또 방치될 것은 자명했다. 어쩌면 의사로서의 얄팍한 책임감, 혹은 그 정도의 동정이었을지도. “저는 도와 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그 모습이 세상만사 거리낄 것 없이 꿋꿋해 보이기도 했고, 저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듯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시헌의 마음이 괜스레 산란해졌다. 미향을 사랑하게 될까 봐, 문득 겁이 났다. *** “선생님은 내 발을 왜 그렇게 좋아해?” “너는 왜 좋아하는데, 나를?” “말했잖아. 테리우스 닮아서 좋아한다고.” “나도 니 발이 감자 닮아서 좋아. 됐어?” 미향이 침대 위, 시헌의 허벅지에 왼발을 척 올렸다. “그렇게 좋으면 다 가져.” 가소롭다는 듯 비식거리던 시헌이 잽싸게 미향의 손목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테가 또렷한 시헌의 눈동자가 빨아들이듯 미향의 두 눈을 노려보았다. “어차피 내 건데 뭘 다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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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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