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검은 천사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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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를 위해 덫을 놓은 여자. 이유민. “내 앞에서 계속 얼쩡거리는 이유가 뭐야?” “얼쩡거리다니요.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아니라고 말할 참인가?” “그 말씀은 제가 이사님을 마음먹고 유혹하려했다, 그건가요? 오늘 팀장님과 함께 온 것도 이사님 때문이구요? 지나치게 왕자 병이신 거 아니에요?” “유민 씨가 내 눈에 계속해서 보이던 게, 정말 우연이라면 그렇겠지. 무릎까지 오는 보라색 스커트를 자주 입더군. 작은 말 그림이 그려진 옷 말이야. 펌했던 머리카락은 얼마 전에 생머리로 풀었지? 반지를 빙글빙글 돌리는 버릇이 있고.” “그 수많은 직원들 중에서 저를 그 정도로 지켜보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놀랍네요. 누가 들으면 제가 아니라, 이사님이 저한테 관심이 있으신 줄 알겠어요.” - 복수를 위한 덫에 걸려든 남자. 민이환. 그녀는 이상할정도로 눈에 들어오는 여자였다. 고작 샴푸냄새에도 반사작용처럼 가슴이 뛰었다. 마치, 사춘기 소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이환은 잠깐씩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런 우스운 감정에 집착하기에는 그는 너무 바쁜 사람이었다. 잠깐의 설렘에 신경을 쏟을 여유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해왔었다. “관심 있어.” “네?” 갑작스러운 말에 놀랐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당연한 반응에 이환의 뺨이 보일 듯 말 듯 붉어졌다. 말하는 자신조차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니까, 그녀야 말해무엇하겠는가. “회사직원으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내가 이유민 씨한테 관심이 있어.” 다정하고 부드럽던 그 남자. 그러나 2년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난 당신 잊었어요.” 순간, 그의 눈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하게 빛났다. 싸구려 형광등 불빛을 등으로 가리고 선 그가 악마처럼 보였다. “난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단 한순간도.” “날 때리고 싶나요?” 가방을 틀어쥔 그의 손에서 바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 “그럼, 때려요.” 유민은 눈을 감고 그가 행동하기를 기다렸다. 몇 대 맞는 걸로 끝낼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한 일이다. 그의 어깨가 돌아가고 맞는다고 생각해 두 눈을 질끈 감은 순간 바로 뺨 앞에서 속도가 확 줄었다. 찰싹! 그의 손바닥이 뺨에 가볍게 와 닿은 정도였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히 충격은 있었다. 멍해진 머리로 정신을 차리느라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바로 눈앞에 그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일을 저질러놓고 감당이 안 되니까 도망이나 친 주제에 용감한 척 하는 건가? 내가 뭘 원하느냐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의해 유민의 얇은 셔츠가 뜯겨져 나갔다. 떨어진 단추가 바닥을 데구루루 굴러 떨어졌다. 희디흰 피부아래 핏줄이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앙상한 그녀의 맨 어깨가 드러나자 이환의 얼굴이 더욱 험악해졌다. “이거 놔!” “아까 여관 주인이 그러더군. 10만원이면 긴 밤, 5만원이면 짧은 밤. 여자는 원하는 취향대로 얼마든지 고르라고 말이야. 넌 얼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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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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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