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스위트룸

로맨스그 남자의 스위트룸

심언조

4

유난히 어두운 밤. 봄은 5번째 죽음을 결심했다. 이번에도 ST호텔 옥상의 끝자락에 선 봄은 끝내 발끝을 떼어내려 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나타나 봄의 목숨을 구한 건 미지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대로 정신을 잃은 봄이 기억하는 건 농도 짙은 그의 체취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봄은 다시 그를 마주치게 되었다. 그것도, 그의 스위트룸 안에서. “눈 감아봐요.” 그가 말하자 봄은 눈을 감았다. 그의 침대 위에 몸을 누운 채로, 봄은 그의 손길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감은 눈 너머의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선명하게 느껴지는 숨결로 보아 그는 가까이에 있었다. 침묵 속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 봄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맞네. 그날 밤 옥상.” 묵직하게 내려앉는 목소리에 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확신에 찬 남자의 눈빛에 봄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 설마, 목숨을 구해준 대가를 바라기라도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남자의 손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그의 스위트룸 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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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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